서해 바람 머금은 호숫가, 충남의 느린 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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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의 물은 한 가지 얼굴이 아니다. 태안반도에서는 밀물이 들어오고 썰물에 갯벌이 열리며, 내륙으로 들어서면 논에 물을 대던 저수지가 호수처럼 고요하다. 큰 강의 장쾌함보다, 마을과 밭 곁에 오래 머문 물가의 풍경이 더 가깝다.
만리포 옆의 짧은 해안 데크와 방조제로 육지가 된 옛 섬, 벚나무와 왕버들이 심긴 저수지 둘레길까지. 계절에 따라 꽃과 연잎이 바뀌어도 물은 같은 자리에서 바람과 함께 있다.
통개 해수욕장

출처: 한국관광공사 TourAPI
태안군 소원면의 통개 해수욕장은 만리포와 파도리에 가려 이름이 덜 알려진 해변이다. 만리포와는 지척이라, 북적이는 물결을 한 걸음 비켜난 자리에 있다. 한번 온 사람이 다시 찾게 된다는 말은 과장처럼 들리지만, 실제로 남는 인상은 단순하다. 고운 구호보다 한적한 해안의 리듬이다.
여기서는 해수욕과 바다낚시가 자연스럽고, 서핑이나 카약처럼 물을 가까이 하는 이들도 있다. 야영을 하는 사람도 있으나, 만리포 쪽에서 머물고 통개에서는 조용한 바다만 보고 가는 길도 어울린다. 여러 해수욕장을 잇는 태안의 해안 동선 위에서, 통개는 가장 목소리를 낮춘 구간이다.
뭍닭섬 산책로

출처: 한국관광공사 TourAPI
만리포해수욕장 인근, 의항리에 놓인 뭍닭섬 산책로는 바다를 바로 곁에 두고 걷는 짧은 해안길이다. 목재 데크로 이어져 발밑이 단단하고, 동선이 길지 않아 오래 마음먹지 않아도 둘러볼 수 있다. 해상 인도교를 지나면 잠시 바다 위를 건너는 기분이 드는데, 그 감각이 이 길의 중심이다.
둘레에는 소나무 숲이 있고, 바람과 파도 소리가 번갈아 들린다. 서해의 수평선이 한눈에 들어오는 자리라, 걷는 속도보다 멈춰 서는 횟수가 많아지기 쉽다. 만리포의 번잡함과 통개의 고요 사이에 끼워 넣기 좋은, 가벼운 해안 산책이다.
민어도

출처: 한국관광공사 TourAPI
원북면 방갈리의 민어도는 본래 섬이었다. 이원 방조제가 놓이며 육지와 이어졌고, 지금은 바다로 나간 길의 끝에 가까운 지형으로 남았다. 예전에 민어가 많이 잡혀 붙은 이름이라 하는데, 다양한 물고기가 모이는 낚시터로도 알려져 있다. 탁 트인 해안과 맑은 바닷물이 있어, 선착장 주변을 천천히 걷기에도 좋다.
선착장 끝에는 인근 폐교에서 옮겨 온 이순신 장군 동상이 서 있다. 물때에 따라 넓게 드러나는 갯벌과, 그에 맞춰 바뀌는 해안선이 민어도의 하루를 가른다. 섬이었던 자리가 육지가 된 뒤에도, 조수는 여전히 이곳의 시간을 정한다.
고남 저수지

출처: 한국관광공사 TourAPI
서산시 성연면 고남리의 고남 저수지는 성연지라고도 불린다. 본디 농업 관개용으로 만든 물이었으나, 저수지변 도로를 따라 벚나무가 자라며 봄이면 서산 사람들이 찾는 벚꽃 길이 되었다. 벚꽃과 개나리가 함께 피는 구간은 차를 천천히 몰거나, 호숫가를 따라 걸어도 무리가 없다.
2017년부터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벚꽃 축제를 이어 왔다. 저수지를 따라 약 2.1킬로미터의 벚꽃길 주변을 직접 가꾸는 행사다. 꽃이 지는 철에도 낚시꾼은 끊이지 않는다. 국도 29호선과 32호선에서 지방도 634호선으로 들어설 수 있고, 서해안고속도로 서산 나들목이 가깝다.
골정 저수지

출처: 한국관광공사 TourAPI
당진시 면천면 성상리의 골정 저수지는 골정지, 골정제라고도 한다. 둘레에 산책로가 있고, 봄이면 벚꽃이 호수를 감싼다. 꽃이 한창일 때는 밤에 조명도 들어와, 낮의 담백한 물빛과 다른 얼굴이 드러난다.
저수지 안에는 작은 섬을 두고 팔각정을 지었으며, 물에는 연을 심고 정자로 Leg는 다리를 놓았다. 면천면 소재지와 가깝고, 지방도 70호선과 619호선, 당진–대전 고속도로 면천 나들목으로 들어설 수 있다. 인근에는 면천읍성, 면천향교, 고려 개국공신 복지겸 장군 유적지가 있어, 호숫가 산책 뒤에 면천의 옛자리를 이어서 보기 좋다.
성내저수지

출처: 한국관광공사 TourAPI
아산시 영인면 성내리의 성내저수지는 아산천의 지류인 주천을 막아 만든 물이다. 1958년 농업 관개용으로 축조되었고, 이후 낚시터로 이름이 났다. 성내 내수면 어업계가 낚시터 임대 사용자로 지정되어, 개인사업자와 재계약 아래 운영하고 있다.
안골과 전원주택단지 앞, 저수지를 따라 나무 데크와 팔각정이 왕버들 사이로 이어진다. 북쪽에는 고룡산, 남쪽에는 금산이 있다. 고룡산은 높지 않으나 바위산을 오르는 맛이 있고, 정상에 가까워지면 아산만 일대가 열린다. 봄철 진달래가 알려진 산길이기도 하다. 호수와 산이 한 호흡으로 붙어 있어, 물을 한 바퀴 돈 뒤 능선으로 발을 옮기기도 자연스럽다.